의정부교구(교구장 이기헌 주교)는 교구 설정 10주년과 정약종ㆍ정철상 부자의 시복에 감사하는 순교자공경 신앙대회를 3일 의정부 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에서 열었다. 신앙대회에는 교구민 4500여 명이 참가해 설정 10주년과 의정부교구에 신앙의 유산을 물려준 정약종 부자의 시복을 한마음으로 축하했다.

이날 신앙대회는 정약종 부자의 복자상과 교구 수호성인인 김대건 신부의 유해가 제대에 봉헌되면서 막이 올랐다. 복자상과 유해는 9월 23일 덕소본당을 시작으로 대회 전날인 2일까지 교구 내 9개 본당을 순회했다.

대회는 온 가족이 시복ㆍ시성의 기쁨을 안은 정약종 가족의 순교극으로 시작됐다. 전문배우와 신자들이 만들어낸 환상의 호흡에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극 중 정약종이 “주님, 제가 어찌 당신을 버릴 수 있겠습니까!”라며 울음을 토해내는 장면에서는 많은 신자가 눈물을 흘렸다.

순교극 뒤에는 정약종과 그의 아내 유조이, 철상ㆍ하상ㆍ정혜 3남매를 각각 모티브로 한 교구민의 신앙고백이 이어졌다. 특히 아버지 정약종 역할을 이기헌 주교가 맡아 교구민들에게 자신의 신앙체험을 고백했다. 이 주교는 “군종사제 시절 사제로서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었던 적이 있다”며 밤새 성체조배를 하며 이를 극복했던 경험을 풀어놓았다.

교구 설정 10주년 행사로 진행된 본당별 퀴즈대회는 신자들에게 웃음꽃을 선사했다. 구역별로 나눠 앉은 신자들이 사회자가 내는 문제를 듣고 ‘O’와 ‘X’ 중 하나를 선택해 현수막을 드는 방식이었다.

‘교구민들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신앙을 꼽았습니다. 맞을까요?’와 같은 아리송한(?) 문제를 풀며 신자들은 환호와 탄성을 질렀다. 퀴즈 내용은 지난해 교구 사목연구소에서 실시한 ‘신자 의식조사’를 바탕으로 교구보에 게재된 것 중 선정했다.

이날 감사 미사에는 사제단과 함께 교구 71개 참가 본당의 대표들이 특별 제작된 초를 들고 입장했다. 한 명 한 명 제대 앞에 초를 봉헌하며 교구민의 마음도 함께 바쳤다.

이 주교는 강론에서 가정이 붕괴되는 요즘 시대에 온 가족이 성인ㆍ복자품에 오른 정약종 가족을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주교는 “신앙 교육은 자녀가 신앙을 선택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가르치고 물려줘야 하는 유산”이라며 “부모를 따라 신앙을 증거한 정약종 가정처럼 여러분도 성가정으로 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유리 기자 lucia@pbc.co.kr